무너진 하루, 철학이 내게 건넨 한 문장

삶이 무너졌던 날, 철학이 다가왔다

하루아침에 모든 계획이 틀어졌던 날이 있었다. 정성껏 준비한 일이 엉망이 되었고, 주변 사람들의 기대도 나를 짓눌렀다. 무언가를 잘해보려 할수록 실패가 따라붙는 것만 같았다. 그날 나는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마음 한편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좌절감. 왜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나는 걸까, 왜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같은 자리에 머무는 걸까.

그때 문득 대학 시절 읽었던 에픽테토스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는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그동안 나는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애썼다. 사람의 반응, 결과의 흐름, 세상의 평가까지. 내 손에 쥘 수 없는 것들에 마음을 쏟고 있었던 것이다.

‘놓아버림’에서 다시 시작되다

나는 조용히 노트를 꺼내 적었다. 지금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행동, 태도, 오늘 하루를 대하는 자세. 결국 그것뿐이었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조금 놓였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바꾸려 할 때, 오히려 삶은 더 어긋난다. 스토아 철학은 그것을 가르쳐주었다.

다음 날, 나는 평소보다 조금 더 이른 시간에 일어났다. 커피를 내리고 조용히 책을 읽으며 하루를 준비했다. 어제의 실패가 여전히 나를 괴롭혔지만, 그 안에서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려 했다. 놀랍게도 작은 실천들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나는 달라지고 있었다.

 

 

철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였다

예전엔 철학이 어렵고 멀게 느껴졌다. 고대 그리스, 라틴어, 두꺼운 책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철학은 삶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왜 나는 불안한가’, ‘무엇이 나를 괴롭히는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이런 질문들은 책상 위가 아니라, 일상의 선택들 속에 있었다.

철학은 거창한 지식이 아니었다. 내가 무너지는 순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태도였다. 세상이 나를 흔들 때, 나를 지탱하는 뿌리 같은 것이었다. 철학을 통해 나는 삶을 통제할 수는 없어도, 삶을 대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생각이 바뀌면, 삶도 바뀐다

요즘은 예전보다 덜 조급하다. 여전히 계획은 틀어지고, 예상은 어긋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한 걸음 멈춰 묻는다. ‘이건 내가 바꿀 수 있는 일인가?’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달라진다.

철학은 말한다. “중요한 것은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을 해석하는 우리의 생각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나는 이제 생각을 바꾸는 연습을 한다. 그것이 곧, 삶을 바꾸는 연습이기도 하다.

삶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지만, 철학은 그 삶을 단단히 지켜볼 수 있는 시선을 준다. 그리고 그 시선은, 오늘의 나를 조금 더 나답게 만든다.